 | ’착안대국(着眼大局),착수소국(着手小局)’ 박철원 에스텍시스템 사장의 좌우명이다. ’계획은 멀리 보되 실천은 한 걸음부터’ 라는 뜻으로 그저 평범해 보이는 문구지만 그에게는 각별한 인생 철학인 셈이다. 은행원으로 출발해 삼성물산의 부사장을 거쳐 이제는 4,000여명 임직원들의 삶을 책임지고 있는 기업체 오너로 변신하는 과정에서 한번도 소홀히 하지 않았던 ‘인생지침’이다. 박 사장의 이런 철학은 경영에도 그대로 반영되면서 회사는 날로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 지난 1999년 삼성 계열 에스원에서 분사된 에스텍시스템은 지난해 811억원의 매출을 올려 분사 당시에 비해 40% 이상 증가했다. 4000여 직원들의 합기도 태권도 등 각종 자격증 보유 수도 배가량 늘어 줄잡아 8,000단에 이른다. | 늘 조용한 성격의 박 사장이지만 요즘 “엔도르핀이 팍팍 솟는다”며 수다를 마다 않는다. 경기도 기흥 삼성 반도체공장 주차장에서 경비활동을 벌이던 에스텍 직원들이 지난 4월 30일 신용카드 빚을 갚기위해 여성 5명을 살해한 엽기적인 살인범을 잡았다. 범인들이 주차장에 세워둔 승용차 번호판을 훔치는 것을 발견한 에스텍 직원들이 격투 끝에 범인들을 붙잡아 경찰에 인도한 것. 에스텍 직원들의 ‘수훈담’은 매스컴에 대대적으로 보도됐고 경찰은 물론 관계당국으로부터 푸짐한 상을 받기도 했다. 사실 에스텍 직원들의 이 같은 수훈담은 알려지지 않았을 뿐이지 부지기수다. 지난해 국립 A대학 병원이 의약분업으로 파업에 들어가 진료 업무가 마비됐다. 한 선원 후보생은 A대학병원에서 건강검진을 해야 했다. 검진기록을 제출해야 배를 탈 수 있기 때문이다. 파업으로 검진을 받지 못한 이 후보생이 분을 삭이지 못한 채 병원에 신너를 뿌렸고 그 순간 에스텍 직원들이 그를 붙잡았다. 병원 전체가 화염에 휩싸일 수 있는 일촉즉발의 위기를 면한 것. Y모 병원장은 이 일화를 최근 국립대 병원장회의에서 털어 놨다. 유수의 대학병원에서 에스텍에 경비 및 경호를 잇달아 요청했다. 살인범 검거 쾌보에다 사업 확장으로 기분 좋던 그에게 놀라운 행운이 터졌다. 핸디 16의 골프 실력인 그가 지난 5월 4일 경기도 곤지암CC에서 이팔성 한빛증권 사장, 김종욱 우리은행 수석 부행장, 박종응 데이콤 부사장 등 절친한 친구들과 골프에서 홀인원을 기록했다. 홀인원은 모든 골퍼들의 소망으로 5년 동안은 만사가 형통한다는 속설이 있다. 박 사장은 ‘사람’을 좋아한다. 한 달에 한 번꼴로 만나는 친목모임만 10여개가 넘는다. 박 사장은 ‘Realation Technology’(RT)를 매우 중시한다. RT는 인간과 인간의 관계가 세상을 바꿀 것이라는 이론으로 박 사장은 RT의 ‘맹신자’다. 박 사장은 신문에 나오는 좋은 글이나 감명 깊게 읽은 책을 친구들에게 자주 권한다. 마음의 양식을 나눠 주는 것이다. 그래서 그의 사무실에는 이런저런 인쇄물들이 가지런히 쌓여 있다. 서울 강남의 K모 구청장도 박 사장의 이런 노력에 감복한 케이스. K모 구청장은 몇 년 전 구청의 예산을 절감하기 위해 에스텍을 활용했다. 관 내 불법 주차관리, 노점상 단속 등의 업무를 과감하게 아웃소싱해 에스텍에 맡긴 것이다. 박 사장의 ‘RT’에 대한 이런 노력들은 에스텍의 영업력 확충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게 회사 내부의 평가다. 박 사장은 회사 내부의 RT도 중요시한다. 그는 한국 축구의 4강 신화를 창조한 히딩크 경영학을 직원들에게 주문하기 위해 ‘히딩크를 아십니까 ’라는 공문을 사내 직원들에게 배포했다. 또 히딩크가 네덜란드 현지 신문과 인터뷰한 내용을 전파하면서 히딩크로부터 배울점을 찾도록 주문 했다. “히딩크 신화는 사실 기본에 충실하라는 한마디로 표현할 수 있습니다 . 우리 사회는 그 동안 기본을 너무도 무시했습니다.” 지난 4월 17일 박 사장은 직원들에게 ‘사천명’(思天命·4000명을 생 각한다)이라는 이색 글을 e-메일로 보냈다. 증자와 직원들 처우 개선책 발표를 앞두고 불만과 고충이 거론되는 것에 대해 회사대표 자격으로 소회를 담담하게 피력한 것. 박 사장은 증자 금액(10억원)이 미미해 직원 들에게 돌아갈 몫이 적지만 앞으로 회사를 키워 나가는 데 모두 힘을 합 하자고 호소했고 △참아야 할 때 참을 줄 아는 용기 △용서해야 할 때 용서할 줄 아는 용기 △기다려야 할 때 기다릴 줄 아는 용기가 ‘참 용 기’라며 직원들을 도닥거렸다. 박 사장은 경비와 경호 업무를 바탕으로 교육, 인터넷, 방재 등의 신규 사업을 추가해 ‘토털 맨파워 서비스’ 회사로 에스텍을 키울 계획이다. | 김성홍 기자/shk@ned.co.kr 사진=이길동기자/gdlee@ned.co.kr |  | 내가 본 박철원 사장 | 김종욱 우리은행 수석부행장 | 박철원 에스텍시스템 사장과의 우정은 ‘선비와의 사귐’에 견줄만하다. 그의 곧은 품성에 매료돼 그를 마누라 다음의 인생 반려자로 여긴다. 나와 박 사장과의 인연은 50여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난 1952년 부산 피란시절. 당시 한국은행은 부산 토성국민학교 분교에 직원들을 위한 피란 시설을 마련했다. 부친끼리 한은 선후배 여서 자연스럽게 그를 만났다. 63년 서울대 상대에 입학한 1년 후인 64년 박 사장도 서울대 상대 로 진학했다. |  | 박 사장은 8년 동안의 행원 생활을 청산하고, 삼성물산 자금과장으로 전직 했으며 80년대 초 런던지점장으로 부임했다. 박 사장보다 2년 앞서 나도 한일은행 런던지점장으로 나갔다. 런던에서 2년 동안 우리는 더욱 돈독한 정을 나눌 수 있었다. 해외였던지라 우리 우정은 날로 커져만 갔다 . 박 사장과의 이런 오랜 인연을 ‘하늘이 내려준 선물’이라고 여기며 살아간다. 박 사장은 나이에 비해 몸과 마음이 젊다. 예의 바르고 따뜻하다. 누구나 포용할 수 있기 때문에 항상 박 사장 주변에는 사람이 많이 모인다. 박 사장의 이런 성품은 ‘담여수’(淡如水·담담하기가 물과 같다)에 비유하고 싶다. 나는 박 사장을 한 달에 여섯 번꼴로 만난다. 우리가 함께하는 개인 친목모임이 ‘삼수회’(매달 수요일 만나는 모임) 등 6개다. 친목모임에서도 박 사장의 인품은 빛이 난다. 그는 좋은 글과 아이디어를 동료들에게 전파한다. 좋은 것은 항상 공유하는 것이다. 이런저런 것을 감안해 박 사장을 우리은행 선릉지점의 명예지점장으로 추천했다. | 김성홍 기자/shk@ned.co.kr |  | 유인경비 업체인 에스텍시스템은 ‘사람을 먼저 생각하는 기업, 사람을 가장 이롭게 하는 기업’이라는 경영이념을 앞세우고 있다. 경비나 경호를 주 업무로 하고 있어 ‘사람’에 대한 중요성을 그 어느 기업보다 중요시하고 있다. 특히 삼성 계열 에스원으로부터 분사한 입장이어서 인재 제일주의를 모토로 하는 삼성의 인사 시스템이 그대로 적용되고 있다. |  | 에스텍시스템은 건강한 육체와 건전한 정신을 바탕으로 특화된 교육과 고도의 훈련을 통해 시큐리티 전문요원을 양성하고 있다. 4000여명의 직원들이 보유한 태권도, 합기도 등 각종 자격증은 8000단에 달한다. 에스 텍시스템은 앞으로 교육에 대한 투자를 강화해 무술유단을 1만단 이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건전한 정신을 함양하는 것도 에스텍시스템이 염두에 두고 있는 교육 부문이다. 고객에 대한 서비스가 다른 기업에 비해 비중이 높기 때문이다. 에스텍시스템은 ‘모든 위기로부터 우리의 거래선을 지킨다’ ‘기본 원칙과 법령, 질서를 지킨다’ ‘약속을 지킨다’ 등 직원들이 지켜야 할 10계명을 강조하고 있다. | 김성홍 기자/shk@ned.co.kr | |